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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3 논증모형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5

부제목: 논리적인 생각과 글쓰기의 도구- 논증모형(논리모델)

 

The War는 예술성이 부족한 영화인가?

2007년 여름 우리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 <The war>는 두 가지 이유로 이슈가 되었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과는 대조적으로 스토리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일부 인문학계에서는 스토리에 예술성이 더해졌다면 좀더 완벽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술성이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이지 않은 스토리전개가 문제이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영화의 세 장면을 분석해보자.

1. 조선의 남녀가 아무런 암시도 없이 몇 백 년이 지난 후 미국에서 환생하는 장면

2.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착한 용의 도움으로 나쁜 용이 제거되는 장면

3.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남녀 주인공이 아무런 계기도 없이 바로 키스를 하는 장면

위의 세가지 문제는 예술성의 부재가 아니라 스토리전개의 논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는 특히 2번에 대해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하였다. 굳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장면과 장면 사이에 인과관계를 찾아볼 없기 때문에 스토리가 엉성한 것을 있다. 예술성은 다음 문제이다.

 

영화를 볼 때 스토리전개의 논리가 약하면 엉성한 영화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영화가 아닌 사람에게서 논리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은 답하기가 비교적 쉽다.

1. 논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2. 논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면 논리적인 말을 할 수 없고, 논리적인 글도 쓸 수 없다.

3. 1 2를 할 수 없으면 신뢰받는 사람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위의 주장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누가 그걸 모르나?'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이나 도구는 무엇인가?' 이며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공감한다. 이런 질문에는 한가지 정답만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필자는 감히 한가지 정답만 이야기 해야겠다. 논리적인 사람이 되려면 논증모형을 활용해야 한다.  

 

논증모형이란 무엇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의 파랑 색 부분이 논증모형이며 중간중간의 형광색 부분이 설명이다.

 

논증의 대표선수-주장+이유+근거

먼저 논리모형의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주장-이유-근거에 대해 알아보자. ‘문제해결을 위해 무엇을 하라라고 주장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는 근거(증거)를 기초로 하면 더욱 힘이 실린다. 이것이 논증모형의 핵심인 주장-이유-근거이다. 다음 예문을 보면 논증모형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폭력적인 영화를 자주 보는것은 어린이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주장) 왜냐하면 영화라는 허구의 세계에 깊이 빠지면 허구와 현실을 구분하는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때문이다.(이유)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폭력적인 영화에 노출된 12세 미만 어린이들은 이후 생략.(근거)

 

논증은 주장과 이유만으로도 구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에 걸렸기 때문에(이유) 수술을 받아야 한다(주장)”은 근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주제는 사실상 논증이 필요 없다. 이와 반대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논증은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근거에 기초한 이유일 때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갑론을박의 주인공 - 반론수용 / 반박

반론수용이란 자신의 주장에 대해 누군가 ~라고 반대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때 발생한다. 반론이나 대안이 적절하다면 수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는 반대로 반대의견이 옳지 않을 때는 또다시 반대논증을 해야 하는데 이를 반박이라 한다. 반론수용/반박은 논증모형의 모든 요소(주장-이유-근거)에서 발생할 수 있다. 즉 주장을 반박할 수도, 이유를 반박할 수도, 근거를 반박할 수도, 세 가지 모두를 반박할 수도 있다.

 

논증모형에 반론수용/반박이 존재하는 이유는 홀로 생각하거나 글을 쓰는 경우 때문이다. 주장에 대해 상대와 대화할 때는 갑론을박이 자유로이 일어난다. 하지만 혼자 생각하거나 글을 쓸 때는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대안이 있는지, 어떤 반대가 있는지, 그 주장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수 없다. 논증모형에 반론수용/반박을 강제로 추가함으로써 혼자일지라도 여러 가지 반론과 대안 그리고 주장이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의견을 부정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관점을 미리 계산하고 이에 대응할 때 타당하고 공정한 논증을 할 수 있다.

 

주장과 이유를 연결시키는 접착제 - 전제

주장과 이유를 연결시키지 못할 때 전제가 필요하다. 아래의 주장과 이유를 보자.

감독이 자리에 없으므로(이유) 선수들은 대충 훈련할 것이다.(주장)” 그런데 이 주장과 이유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감독이 자리에 없다고 해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럴 때 전제를 활용하면 이유와 주장을 연결시킬 수 있다.

고양이가 없으면 쥐들이 날뛴다.”(전제)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대충훈련할 것이다.”(주장) “감독이 없기 때문이다.”(이유)

위의 예제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전제는 이유와 근거를 연결시키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이제 논증모형에 대한 설명이 마무리 되었으므로 논증모형이 필요한 세가지 이유와 활용방안을 알아보자.

 

사람들은 얼마나 논리적일까?

디나 쿤의 실험: 이 실험의 목적은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논리적인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실험방법: 사람들에게 주요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업’이나 ‘자퇴’와 같은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함.

실험대상자: 고등학생, 대학생, 그 분야의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160명에게 질문함.

질문내용 :

1.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기 되었습니까? 어떤 근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까?

2.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어떻게 이야기할까요? 어떤 근거를 제시할까요?
3.
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4. 어떤 근거가 나오면 당신의 관점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겠습니까?
5.
다른 관점도 옳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실험의 결과 :

질문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리적인 추론에 기초하여 또 다른 견해를 떠올리지 못했거나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타당한 근거도 떠올리지 못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증 능력이 부족하여 합리성 결여된 것이다.

실험의 출처: 논증의 기술(앤서니 웨스턴)

 

논리적인 사람은 단순히 타당한 이유만 제시한다고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여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과 이유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여러 가지 대안과 반론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때만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위의 실험을 하기 전에 논증모형을 설명해주고 이를 활용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논증모형이라는 엄격한 절차를 거치면 주장과 이유뿐만 아니라 근거를 제시하게 되며 대안이나 반론 등을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논증은 학술집단과 전문가 집단의 핵심기술이다

산업시대 우리선조들이 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도구와 제품의 질을 판단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21세기는 산업사회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사회이다. 정보를 판단 할 때 논증은 믿음과 행동의 근거가 된다. 다시 말해 정보의 질을 판단하기 위해 논증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논증은 학술집단과 전문가 집단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도구이며 핵심기술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중요한 정보를 얻었을 때 그 정보를 신뢰할 것인지, 그 정보의 내용대로 실행할 것인지, 정보의 근거는 무엇인지 판단하는 방법이 논증이기 때문이다.

 

논증모형은 글쓰기뿐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다

내 주위의 저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생각이 나지 않거나 정리되지 않으면 일단 써라.” 내 생각도 다르지 않다. 논증모형은 생각의 도구는 아니며 글쓰기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논증모형은 논리적인 글쓰기의 도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일견 옳은 의견인 듯 보인다. 하지만 50% 부족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사고란 글쓰기를 통해서 생겨나며, 글쓰기 또한 사고의 과정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생각은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순간에 시각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식이 자신의 것이 된다. , 자신의 생각을 글로 바꿈으로써 생각이 표상화(이미지로 바뀜) 되는 것이다. 지식의 이미지화는 뇌에 또 다른 자극을 주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이 들 수도, 생각이 정리될 수도 있다.

 

필자가 책 쓸 때 놀라웠던 점은 마지막 원고에서 초고의 내용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문체만 바꾼 글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는 내용 자체가 바뀌었다. 즉 글쓰기를 통해 생각이 바뀌거나 정리된 것이다. 필자의 이런 경험이 의심스러우면 내일이라도 당장 실험해보기 바란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30분을 투자하여 글을 써보라. 회의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주장), 또 그 방법대로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이유), 그 방법 대로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근거), 더 좋은 대안은 없는지, 누가 어떤 이유로 반대하지는 않을지(반론), 그러면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반박) 말이다. 30분간의 글쓰기가 회의에서 효과를 본다면 논증모형은 단순히 글쓰기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생각의 도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논리적인 글에서 논증모형은 단락이론보다 우월하다

논증모형은 아직 많이 활용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대입논술에서는 아직까지도 논증모형을 활용하지 않고 단락이론을 따르고 있다. 그 결과 글을 작성할 때 많은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 현재 많은 고등학생들이 논술의 모범이라고 믿고 있는 신문의 글은 단락이론을 따르고 있을까?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 전개에 관한 연구(신향식) 따르면 4 신문의 사설과 컬럼의 단락을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평균적으로 단락 중에 단락이 단락이론에서 벗어난 오류라고 한다. 심지어 4대 일간지의 논술위원까지 실수를 저지르다니…… 내 생각에 단락의 전개이론이라는 것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많은 이들이 실수를 저지르는 것 같다. 단락의 전개이론은 수사학의 3대 요소라 불리며 다음과 같다.

 

통일성 원리: 단락의 뒷받침문장들은 소주제와 내용적으로 일치하고 연관하는 것으로만 선택했는가?

연결성 원리: 단락의 뒷받침문장들을 순리적으로, 조리 있게 연결하여 소주제가 효과적으로 드러났는가?

강조성 원리: 단락은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 논증 또는 구체적 예시 등을 통하여 소주제를 충분히 뒷받침하여 강조하고 있는가?

 

위의 글에서 보듯이 단락의 전개이론은 매우 추상적이고 어려워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의 간단한 설명으로는 모자라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추가적인 설명으로도 이해가 어려워 실제 단락의 예시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논증모형을 활용한다면 이런 어려움을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주장 + 이유 + 근거를 한 단락으로 한다면 어려울 것이 무엇인가? 이슈가 되는 글이라면 주장 + 이유 + 근거 + 반론수용/반박을 한 단락으로 하면 된다. 도대체 대입 논술에서 단락이론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심지어 단락이론에서 제시하는 도입단락이나 종결단락도 논증모형으로 구현된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참조하라. 물론 논증이 아닌 설명문(exposition)이나 기술문(description), 서사문(narration) 등에서는 단락이론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논리적인 글에서는 더 쉽고 과학적인 논증모형이 나왔기 때문에 단락이론은 효용가치가 없어졌다. 이제는 논술뿐만 아니라 이공계열 과학자들과 변호사및 판검사들은 논증모형을 활용해야 한다.

 

결론

당신이 논증모형을 활용한다면 더 깊은 생각과 더 좋은 글을 쓰는데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논증모형은 사고방법과 글쓰기방법 등의 기술적인 요소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당신을 대외적으로 신뢰받는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논리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말과 글은 많은 이들이 믿고 따를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스티븐 툴민이 최초로 제시한 논리모델(툴민모델)의 문제점이 많이 검증되고 수정되어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더 이상 논증모형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것이 아니라 이 모형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설명(스티븐 툴민):
논증모형을 최초로 제시했다.


참조서적:
논증의 탄생(조셉 윌리엄스, 그레고리 콜럼)
논변의 사용(스티븐 툴민)

아래의 파일은 논증의 탄생중 Part1의 논증모형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10MB가 넘으므로 분할압축하여 올린다.



논증의 탄생_Part1 요약.7z.001

논증의 탄생_Part1 요약.7z.002


압축을 푸는 프로그램

Posted by extreme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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