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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03 이공계 출신이 은유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11

글의 순서

1.쉽게 이해되는 글을 작성하는 방법

2.은유는 본능이다

3.은유의 사용규칙
4.은유를 사용해야 하는 과학적 이유

5.은유는 당신의 뇌를 속인다

 

이공계 출신은 특히 은유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와 소통이 부족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뭔 헛소린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감성을 자제하고, 이성을 강조하는 과학적인 글에서는 은유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은유는 감성적인 것이므로 문학적인 글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누구의 주장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오류이다. 왜냐하면 이공계의 말과 글에서 은유를 통제한 결과는 처참하기 때문이다. 즉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말과 글을 양산하고 말았다. 서로 이해 할 수 없으면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은유는 가장 강력한 이해의 도구인데 안타깝게도 언제부턴가 이공계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흔히 글쓰기 책에서 글을 이해하기 쉽게 써라라고 언급된다. 하지만 어떤 글이 이해하기 쉬운 글인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회의를 할 때 쉬운 말로 설명하라고한다. 도대체 어떠한 말과 글을 사용해야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은유를 사용하면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은유는 어려운 개념을 쉬운 개념으로 대체(mapping)하기 때문이다. Post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말과 글에서 은유의 사용법을 제시한다. 또한 이해하기 힘든 글에서 은유를 써야 하는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한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은유는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이다. 즉 은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외면하는 것이다.

 

정의만으로는 상태나 특징을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은유는 사용하지 않고, ‘사전적 정의(definition)’를 사용한다. 하지만 어떤 개념의 상태나 개념의 특징을 설명하고자 할 때는 정의는 사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의라는 것은 너무 사전적이라 일반화 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뇌 과학에서 이야기 하는 사랑의 특징에 대해 논의 해보자. ‘뇌 과학에 따르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2 ~ 3년 간만 지속된다.’ 라는 사실을 설명할 때 사랑에 관한 사전적 정의를 사용할 수 없다. 오히려 사랑은 한 순간의 불꽃이다혹은 콩깍지가 끼는 기간은 짧다처럼 은유로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은유와 구체적인 예제를 추가하라

개념을 정의하는 문장을 더 보자. Trickle Down이란 넘쳐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정의를 해도 Trickle Down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이때 가장 좋은 것이 은유와 구체적인 예제로 정의부분을 감싸는 것이다. 아래의 예제는 은유 à 정의 à예제 순서로 구성된다.

 

Trickle Down Effect대기업과 중소기업의 Win Win 전략이다(은유)

Trickle Down이란 넘쳐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라는 의미이다.(정의) 대기업이 탄생하면 여러 종류의 중소규모의 하청업체들도 생겨나는데, 대기업이 흑자가 나서 생산량을 늘리면 중소기업의 생산량도 늘어나므로 바닥경제도 살아나게 된다. 이것이 Trickle Down의 대표적인 예이다. 반대로 대기업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중소기업도 치명타를 입는다.(예제) ….. 이후 생략

 

이해하기 쉬운 글의 구조: 은유로 시작하고 예제로 끝낸다

위의 글처럼 나는 종종 은유를 제목/소제목으로 자주 사용한다. 왜냐하면 제목/소제목은 명확하고, 간결해야 하며, 많은 의미를 함축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적절 한 것이 은유이다.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을 하려면 A4지 한 장으로 설명을 하여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은유는 시간은 금이다라는 단 한 줄로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예를 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인생은 짧다, 소중한 것부터 시간을 투자하라,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따라서 제목/소제목에 가장 적합한 것이 은유이다. 은유-->정의-->예제의 3단계를 거치면 아무리 어려운 개념이라 하더라도 독자를 이해시킬 수 있다. 은유는 꼭 제목/소제목으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단락의 첫 문장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은유는 본능이다

우리는 매일 은유를 사용한다. 하지만 은유를 사용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l  여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  

l  내게 시간을 빌려주실 수 있습니까?  

l  너는 나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l  시간을 절약해라.

 

위의 모든 예제는 시간은 돈은유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위의 표현들을 자주 사용하지만, 그것을 은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오는 말이며, 우리가 의도적으로 은유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위의 말을 사용했다면 시간은 돈이라는 은유를 본능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런 류의 말과 글은 많이 나타난다. ‘토론은 전쟁이라는 은유를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예를 보자.

 

l  어제 회의실에서 그가 내 의견을 공격했다.

l  너의 논증은 허술해서 반대 세력에 쉽게 무너질 것이다.

l  그의 이론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다.

l  너의 논증을 강화해야 반론에 견딜 수 있다.

l  그녀의 의견은 견고해서 내가 이길 수 없다.

 

만약 당신이 위의 예제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이 은유를 자주 사용했거나, 상대방이 은유를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간접은유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매일 사용하고 있다.

 

은유는 모호한 개념을 명확히 만든다

우리가 시간’(time) 이라는 개념은 명확히 그리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좀더 추상적인 개념인 시간의 가치’(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 ‘시간의 가치를 말로 설명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은유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간은 돈이다’, ‘시간은 금이다라고 표현한다면 시간의 가치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추상적이고 복잡한 대상을 명확하고 구체적인 대상으로 변경시키는 것이 은유이다. 즉 은유가 손에 잡히지 않는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이다. 은유를 사용하지 않고 시간의 가치를 설명해 보라.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은유를 사용한 경우보다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은유를 사용할 때의 규칙: 어려운 A는 쉬운 B이다

은유는 기본적으로 어려운 개념을 쉬운 것으로 대체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A B이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려운 개념은 A에 위치시키고 쉬운 개념을 B에 위치시켜야 한다. 은유를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오류가 A B의 위치가 뒤바뀌거나, A B에 모두 어려운 개념을 사용하거나, A B에 모두 쉬운 개념을 위치시키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A에는 추상적이거나, 모호하거나, 명확하지 않거나, 어려운 개념을 나타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B에는 구체적이거나, 직관적이거나, 명확하거나, 쉬운 개념을 나타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은유를 사용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

인간이 개념을 이해하려고 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인지과학에서 사용하는 인지모형으로 설명해보자. 인지모형을 이해하면 이공계의 언어에 왜 은유를 써야만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여기서는 글을 읽고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을 다룬다. 하지만 글뿐만이 아니라 말도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말과 글은 감각기관(시각과 청각)만 다를 뿐 개념이해의 원리는 같다.

 

인지모형: 집중 à 눈으로 읽기( 문장입력 ) à 멘탈모델작성 à 이해

글을 읽고 개념을 이해를 하려면 먼저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문장을 눈으로 보아야 한다. 이를 문장입력이라고 한다. 눈으로 입력된 문장은 뇌로 이동된다. 뇌 속으로 이동된 정보를 토대로 멘탈모델(mental model)을 작성하게 된다. 멘탈모델은 이 글은 이러 저러한 개념이다라는 의미를 이미지(심상)로 만드는 것이다. 즉 글 전체의 의미를 머릿속에서 예측하는 작업이 멘탈모델을 작성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뇌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과 경험들을 이용하여 글의 의미를 예측한다. 이때 글의 내용이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라면 멘탈모델이 쉽게 작성된다. 멘탈모델이 작성 완료되면 연이어 다음문장을 읽고 동일한 단계(멘탈모델 작성)를 거친다. 모든 글을 다 읽을 때까지 위의 과정이 반복된다.

 

이해되지 않으면 문장을 다시 읽어야 한다

하지만 모르는 개념이 있거나, 명확하지 않고, 복잡한 개념이 있는 경우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찾을 수 없으므로 멘탈모델을 작성하기 힘들다. 우리가 글을 이해하기 힘들 때 이미 읽었던 문장을 반복적으로 읽는 이유는 멘탈모델을 작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을 다시 읽고 이해가 될 때까지 멘탈모델작성을 반복적으로 시도한다이와 반대로 문장을 한번만 읽고 멘탈모델이 성공적으로 작성된 경우는 반복 없이 다음문장으로 건너뛰기 때문에 고속으로 처리된다. 이 모든 것을 그림으로 정리한 것이 아래의 인지모형이다.

 


 

멘탈모델작성은 가장 무거운 작업이다

멘탈모델은 구성통합모형이라고도 부른다. 멘탈모델을 작성하려면 다시 네 가지 세부적인 작업(문장 parsing, 미시명제 표상형성, 거시명제 이해, 상황모형 생성)이 실행 되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이 작업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 쉬운 개념을 이용하여 한번에 이해될 수 있도록 글을 써야 하는 이유도 멘탈모델을 작성할 때의 부하 때문이다. 멘탈모델의 네 가지 세부적인 작업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은 관련서적인 이해:인지 패러다임(Walter Kintsch ) 을 참조하기 바란다.

 

은유는 뇌를 속이는 것

은유를 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개념을 쉬운 개념으로 대체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더라도 은유를 사용하면 우리의 기억과 경험을 이용하여 멘탈모델을 빠르게 작성할 수 있다. 즉 고속처리가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은유는 뇌를 속이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려운 개념이지만 속임수(은유)를 사용하여 쉬운 개념으로 속인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기억에서 관련 개념을 쉽게 참조할 수 있으므로 멘탈모델을 한 번 만 작성하고 다음문장을 읽을 수 있다.

 

결론

말과 글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면 자신만의 은유를 개발하라. 당신이 만든 은유는 말과 글에 독창성을 부여할 것이다. 당신만의 새로운 은유를 만드는 것은 규칙(어려운 A 쉬운 B)만 지킨다면 전혀 어렵지 않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Trickle Down(A) win win 전략(B)을 은유로 사용했다.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창조적인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은유는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은유-->정의-->예제의 구조는 어려운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적합하다. 어차피 언어(말과 글)란 소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소통이 되려면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모른다면 소통할 수 없다. 즉 이해가 소통의 필수 조건이며, 이해가 힘들 때 가장 좋은 처방이 은유이다. 은유는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개념에 빗대어 쉬운 것으로 변경시켜 준다. 따라서 인문계열이든 이공계열이든 은유를 자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오히려 복잡한 개념을 가진 과학적인 말과 글에서 상대방을 이해를 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은유를 사용하라. 그대가 시인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PS : 참조서적

은유에 대해 더 깊은 공부를 원하는 사람은 아래의 책을 참조하라.

1.과학의 언어(Carol Reeves ) : 과학적인 글에서 은유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나타낸다.

2.삶으로서의 은유(George Lakoff) : 일상에서 은유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분석한다. 

 

인지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래의 책을 참조하라.

3.인지과학 - 과거 현재 미래(이정모 저)

 

인간이 말과 글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관심이 있으면 아래의 책을 참조하라. 책이 두 권으로 되어있다.

4.이해:인지 패러다임(Walter Kintsch )

 

위에서 설명한 인지모형과정이라는 것도 물리적으로는 신경세포(뉴런)의 상호작용이다. 뉴런은 뇌의 네트워크 망인(시냅스)를 이용한다. 뇌 과학의 기본을 알려면 아래의 책을 참조하기 바란다. 아주 얇은 그림책이다.

5. 구조(뉴턴코리아)

 

참고사항

은유에 대하여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단연 삶으로서의 은유이다
2,3,4
번 책은 모두 인지과학에 관련된 책이다. 위의 책 중에 이해: 인지 패러다임이라는 책은 전문가도 어려워하므로 무작정 사지 말고 서점에서 난이도를 확인하고 구입하기 바란다. 필자의 경우 두 번 읽고 겨우 이해 하였다이 책을 정복하려면 인지과학과 인지심리학, 그리고 뇌과학 입문서를 탐독하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Posted by extreme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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